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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농군에 관한 기억(8) [ 2023.02.28 ]

[뉴스재팬=포사단필]

수제공(水制工).¹⁾
요즘 남부지방의 봄철 가뭄이 심하다는 소식이다. 봄 가뭄, 여름 홍수 뉴스를 들을 때마다 떠오르는 일이 있어 몇 자 적는다.

대청댐이 건설되기 전인 1960년대의 금강은 풍부한 수량을 자랑했다. 신탄진, 공주를 지나 부여에 이른 강물은 부여를 반월형으로 싸안고 낙화암과 수북정을 거쳐 왕포리, 중정리를 스치며 흐르다 석성면 파진산(破陣山) 발치를 치면서 부드럽게 장암면²⁾ 사산리 쪽으로 방향을 튼다.

도도한 물결로 사산리 앞 하안이 점점 유실되자 주민들이 여러 해 대책을 요구했으나 관련 당국은 시큰둥했다. 그러던 중 돌을 나르는 선박들이 분주히 오가더니 사산리 마을과 북쪽 남산 마을 사이 1/3쯤 되는 지점에서 유심부를 향한 92m의 직각으로 구축된 수제공이 모습을 드러냈다. 수제공으로 물길이 변화되자 사산리 하안의 유실은 멈추었으나 반대편 봉정리 하안은 차츰차츰 유실되기 시작하였다.

1966년 가을 어느 날 오후, 12월 군 입대를 앞둔 필자는 마을 친구 몇몇과 반조원 나루를 건너가 막걸리를 마신 뒤 사산리 마을에서 하룻밤 묵고 나서 아침을 얻어먹었다. 강 건너 봉정리 우리 동네가 한눈에 들어왔다. 남산 쪽으로 올라가다가 금강의 흐름을 직각으로 92m 가로막은 말썽 많은 수제공의 끝까지 가보았다. 강물은 무심히 흐르고 있었다.

수제공을 언제 구축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대체로 1963-1964년 상반기³⁾ 기간 중 완공되었을 터이다. 농군 전광호(창산)는 해마다 반복되는 장마 후 홍수 피해를 막아내기 위하여 군 당국의 협조를 구하고자 군청을 여려 차례 드나들었다. 부여 군청은 그의 호소를 귓등으로 넘기면서도 암암리에 사산리 수제공을 구축했다.

봉정리 주민들은 수제공 구축이 부여군청의 김종필에 대한 과잉충성으로 JP의 비공식적인 선거공약을 이행한 게 아닐까 짐작⁴⁾했으나 창산은 그 점에 대해서는 가타부타 언급하지 않았다. 그가 주목한 점은 금강이 엄연한 국가하천이라는 사실이었다. 따라서 금강에 일정 시설을 설치할 경우 국가하천을 관리하는 중앙관서의 허가나 승인 또는 동의가 필요할 터였다. 창산이 들은 바에 의하면 수제공 공사비는 군비에서 충당되었다고 했다. 달리 말하면 그 수제공 축조는 부여군청이 시행한 불법공사였을 개연성이 높았다.

창산이 박욱래 부여군수를 또 찾아간 때는 1965년 가을이었다고 한다. 노련한 박 군수였지만 석성천 직강공사를 관철시킨 지역개발의 주역이자 JP의 비서 김윤진의 외숙이니 그를 가볍게 대하지는 않았을 터이다. 박 군수와 마주 앉은 창산은 같은 말을 두 번 하고 일어섰다고 회고했다.

“군수님, 장암면 사산리 주민도 부여군 사람이요, 석성면 봉정리 주민도 부여군 사람입니다.”

1966년 가을, 필자가 수제공을 밟았던 무렵 포사 마을 앞 위 펄에 불도저가 나타나 제방 100여 미터를 처음 쌓았다.⁵⁾ 사연 많은 봉정제방 공사는 이렇게 첫 삽을 떴다.

그 후 대청댐으로 금강 수량이 형편없이 줄어들었고, 군산-장항 하구언으로 물길을 막아 금강은 오염된 수질의 구지렁물 호수로 전락하였다. 사산리와 봉정리 양안의 다툼도 시나브로 사그라졌다.

비가 흠뻑 쏟아져 봄 가뭄이 해갈되었으면 좋겠다. 이제 새봄인데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갈고 닦은 어퍼컷 일격에 녹아웃당한 공정과 상식으로 깊어진 중산층의 시름이 해소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희망고문이다.

전영규 칼럼니스트

주.
1) 수제공은 호안이나 하안의 전면부에 설치하는 구조물로써, 하천에서 수로의 흐름방향과 물이 흐르는 속도를 제어하여 하안이나 제방을 흐르는 물에 의한 침식작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됨(NAVER 지식백과에서 인용함).
2) 행정구역 조정으로 사산리는 현재 부여군 세도면에 속해 있다.
3) 石城川流域開拓實錄에 따르면 1964년 8월에 “沙山 水制工의 不當性을 糾彈 先頭로, 92미터 水制工은 對岸과 上流를 無視한 不法工事”라는 기록이 보인다(p.154).
4) 김종필은 1963년 12월에 국회의원에 당선되었으니 그런 짐작이 있을 만도 했다.
5) 위 책의 1966년 기록에는 이런 기록이 보인다. “錦江 鳳亭堤, 沙山 水制 是非로 미봉책. 강변 中間 地點에 100미터 防水堤 축조. 朴昱來 郡守 郡費로 築.”(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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