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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2021년 12월 [ 2021.12.30 ]

[뉴스재팬=포사단필] 지난 4일 이사했다. 1999년 9월 입주하여 22년 넘게 살아온 신도림동 아파트에서 일산 정발산동 밤가시 마을로 옮겼다. 이후로는 더 이상 안양천변을 산책하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짙었다.

처음으로 안양천을 걸을 때는 물이 맑지 않았다. 해를 거듭할수록 상류 쪽의 정화사업이 진척되었고, 이에 보조를 함께하여 천변도 정비되었다. 철마다 옷을 갈아입는 천변을 오랜 기간 동안 참 많이도 걸었고 끈질기게도 걸었다. 갈대밭과 풀밭이 축구장과 물놀이장으로 바뀌는 생태의 변질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젓기도 했다.

정들었던 주거지를 떠나면서 한 토막 기록이라도 남겨야 안양천에 대한 내 인사라고 다짐했으나 실마리를 찾지 못해 망설이던 중 가까이 지내는 두 자매의 안양천 이야기를 들었다. 두 분의 소중한 안양천 사랑과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안양천과 작별하게 되어 참으로 다행이다.

★ ★ ★

안양천을 걷다

동생이 나들이 가잔다. 멀리 가느니 우리 동네로 오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나는 망설임 없이 했다. 안양천을 자주 걸으면서 여기서도 사계절 풍경을 나름대로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마침 한들거리는 억새와 코스모스로 가을 분위기가 물씬해서 소소한 행복을 누리고 있던 참이다.

안양천을 걷는 날, 하늘이 맑고 푸르러 발걸음도 가벼웠다. 늘 관악산 자락을 오르내리며 사색을 즐기는 동생의 반응이 내심 궁금했다. 자동차 소음이 심하고 주변이 어수선해서 나도 처음엔 적응하기 힘들었던 기억이 떠올라서다.

동생이 먼저 말문을 연다. “자동차 소음이야 자연이 주는 선물에 취하다 보면 희미해질 테고. 자전거 행렬의 부산한 움직임도 건강한 사회적 에너지로 환원되리라 생각하면 기쁘고. 내 마음의 집에 가을 풍경을 들여놓고 이 순간을 만끽하면 그만이지요.” 이심전심으로 하나 된 걸음이 한층 수련해진다.

억새와 다양한 들꽃이 어우러져 추색이 가장 아름다운 지점에 이르렀다. 바람 따라 은빛 물결을 이루는 억새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어제보다 더 낭만적인 춤사위로 우리를 반긴다. 두 자매의 하루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다음날이다. 인부들이 억새를 벤다. 이미 반쯤 잘려나가서 그 주변이 황량하다. 버드나무조차도 발목이 허전하다. 이제야 가을이 무르익어 가는데 이럴 수는 없는 일이다. 주민의 심신을 회복하고 정서함양에 명약인 자연환경을 훼손해서 얻어야 할 급선무가 무엇일까. 더 풍성한 생태적 미래를 위해서라면 가을이 끝날 무렵에 베어도 늦지 않을 텐데 말이다.

속상함을 동생에게 전했더니 나보다 더 안타까워하면서 구청에 건의할 것을 적극 권한다. 날마다 자연의 혜택을 누리고 사는 나로서도 방관할 수 없다. 나무를 괴롭히는 해충 잡기에 열심이었고 한 그루 나무만 베어져도 가슴앓이를 하지 않았던가. 그러잖아도 환경미화를 앞세워 기존의 것을 함부로 없애고 무슨 공사를 반복하는 행태도 못마땅하던 터다.

지난봄에도 비슷한 현상을 목격하고 일하는 분에게 한마디 건넸다가 퉁명스러운 대답에 얼마나 민망했는지 모른다. 해는 뉘엿거리고 마음이 급해졌다. 푸른 도시과 직원과 어렵사리 통화했다. 입장을 밝히고 내용을 설명하면서 연유와 대책을 물었다. 그리곤 주민 편에서 찬찬히 들여다본 다음 결정하고 움직이는 행정을 바란다는 소견을 밝혔다. 현장 상황을 살펴보고 건의사항을 충분히 반영해서 해결하겠다며 폭넓게 수긍한다. 유연한 태도에 격했던 심정이 누그러졌다.

억새밭은 더 이상 훼손되지 않았다. 관악산 푸른 정기가 끊임없이 흐르는 안양천이길 소원한다.

★ ★ ★

70대 후반 두 소시민의 안양천 소요는 너볏하고 아름다우며 시사적이다. 안양천은 외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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