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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2019년 추석 [ 2019.09.18 ]

[뉴스재팬=포사단필] 추석 아침, 차례 후 식사를 마치고 조손간에 끝말잇기를 시작했다. 70대 중반인 나와 중학 2학년 큰 손주 명훈, 초등학교 5학년 작은 손주 태훈, 이렇게 셋이 맞붙었다.

“시작 – 작도 – 도라지 - … 구로구 – 구사일생 – 생각 – 각오 – 오리 – 리스본 – 본드 – 드라이버 – 버릇,” 먼저 내가 난처해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릇’으로 시작되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버릇’을 ‘버림’으로 고치고 이어갔다.

“빙수 – 수명 – 명줄 – 줄무늬,” 나는 다시 난감해졌다. 도무지 ‘늬’자로 시작되는 단어를 기억해낼 수 없었다. ‘줄무늬’를 ‘줄기’로 고친 다음 이어갔다.

“격추 – 추격 – 격식 – 식목일 – 일자리 – 리을 – 을지문덕 – 덕수궁 – 궁궐,” 명훈이 ‘궐’자로 시작되는 단어를 끌어내지 못해 위기를 맞았다. ‘궐기’ ‘궐석재판’을 알려주고 계속했다.
“육상 – 상식 – 식기 – 기쁨,” 이제 태훈이 어렵게 되었다. ‘쁨’을 ‘뿜‘으로 고치고 이어갔다.

“포장마차 – 차고 – 고생 – 생고기 – 기지 – 지성 – 성곽,” 다시 태훈이 ‘곽’자로 시작되는 단어로 잇지 못해 ‘각’으로 바꿨는데 의외로 어려운 단어 ‘각별한’으로 받았다.

“장터음식 – 식사시간 – 간식시간 – 간디 – 디귿,” 명훈이 또 코너에 몰렸다. ‘귿’을 ‘그’로 고쳐 넘어갔다.

큰 녀석은 ‘구사일생 ‘작심삼일,’ ‘삼삼오오,’ ‘정정당당’과 같은 사자성어를 구사했고, 인류의 진화와 관련된다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슈퍼카 이름이라는 ‘람보르기니’까지 동원하였다. 녀석은 고려사에 나오는 ‘부곡’도 구사하였다.

작은 녀석은 ‘장보고,’ ‘방정환,’ ‘장발장,’ ‘간디,’ ‘심청’ 등 인명을 두루 써먹고, ‘스리랑카,’ ‘타지마할,’ ‘항외과,’ ‘장기추출,’ ‘강강술래,’ 등을 곧잘 끌어대면서 버텼다. 이 녀석이 어디에서 읽었는지 ‘정인’이라는 단어까지 쓰기에 뜻을 물었더니 어쨌거나 그런 말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정인’이란 네가 참으로 좋아하는 친구라고 설명해주었다.

할아버지인 나야말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씨앗 – 앗 뜨거”로 받아 간신히 위기를 모면했고, “거짓말 – 말발굽 – 굽굽하다,”로 받았는데 ‘굽굽하다’는 말은 없다. ‘꿉꿉하다’의 착각이었다. ‘로켓 – ’캣‘(cat)으로 잇자 작은 녀석이 ‘캣쓰’(cats)로 받았다.

내년 설날 모이면 다시 겨뤄볼 참인데, 위기에 몰린 상대의 인절미에서 한 개씩 빼내먹기로 재미를 더해야겠다. 아마 내 떡이 맨 먼저 동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전영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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