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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2019년 8월 [ 2019.08.31 ]

[뉴스재팬=포사단필]

1. 금융자료관
지난 1월 27일, 오타루(小樽)역에 도착하여 오르골당 쪽으로 내려가던 중 길 건너 한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어디에서 본 건물 같은데 아마 은행 건물일 거라고 중얼거렸다. 오르골당 근처에서 각자 취향대로 둘러보자면서 일행과 헤어져 오타루운하를 둘러본 뒤 아까 그 건물을 처음 보았던 자리에 다시 서서 바라보았다. 규모는 작지만 외관이 한국은행본관(화폐박물관)과 유사하다는 기시감¹⁾이 확연하여 길을 건넜다.

‘日本銀行旧小樽支店 金融資料館,’ 영문 명칭은 ‘The Bank of Japan Otaru Museum.’ 1893년 오타루 파출소로 문을 열었는데 1897년 출장소가 되었고, 1909년 지점으로 승격하여 통상적인 영업활동을 개시하였다. 지점 건물은 1909년 7월 시공하여 1912년 7월 준공하였다. 설계자는 도쿄역사를 설계한 유명 건축가 다쓰노 긴고(Kingo Tatsuno)와 유이지 나가노(Nagano Uheiji)라고 기록되어 있다.

2. 올빼미
내부를 둘러보았는데 금고의 외양이 요란스러웠고, 내벽 상부 여러 군데에 올빼미 조각을 부착한 점이 흥미로웠다. 올빼미과 새들의 먹이를 저장해두는 습성이 은행의 구실과 상통한다는 느낌도 들어 직원에게 올빼미에 관해 묻자 영문설명이 붙어 있는 장소로 안내했다.

The guardian of the building.
The striped owl is one of the guardian deities of the Ainu,
the indigenous people of Hokkaido. Carvings of owls are
on the pillars of the building, with 12 on the inside and
18 on the exterior. These owls used to keep watch over
the Otaru Branch at night.

홋카이도 원주민 아이누족의 수호신인 올빼미를 야간 경호를 담당하는 지점의 수호신으로 상징화하여 내외벽에 28마리의 올빼미 조각을 부착해놓았다. 지점의 폐점일을 문의하니 2012년 9월이라고 알려주었다. 고맙다 인사하고 문을 나섰는데 직원이 쫓아 나와서 폐점일이 2002년(평성 14) 9월이었다고 정정했다. 그는 친절하고 정확했다.

3. 눈
“살아가기 힘든 곳에서 사는 생명체일수록 눈을 중시한다. 숲의 밤을 자신의 영역으로 삼은 올빼미는 귀도 크지만 눈 또한 크다. 어둠 속을 헤아려야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눈동자 지름이 8mm쯤인데 녀석들은 13mm나 된다. 눈의 무게가 몸무게의 30%나 되는 녀석도 있으니 눈에 엄청난 투자를 하는 셈이다. 이 덕분에 녀석들의 밤눈은 사람보다 100배쯤 뛰어나다.”²⁾

정말 못 당하겠네
밤을 낮이라 하고
낮을 밤이라 우기는 놈들³⁾

김형영의 시 <올빼미>의 첫 연이다.

4. 어둠을 뚫고
일본은 패전 후 폐허와 군국주의의 악몽에서 벗어나 올빼미처럼 어둠 속을 뚫어보면서 각고의 노력으로 경제 강국으로 성장했다. 늘어난 체중과 탄탄한 근육으로 힘꼴이나 쓰게 되었다.

한국은 일제강점기의 질곡과 6•25전쟁의 폐허를 딛고 올빼미 같이 어둠에 저항하면서 밤을 낮 삼아 피땀으로 노력하여 자립경제를 이룩했다. 이제는 한국도 남을 도와줄 수 있게 되었다면서 우쭐댄다.

5. 눈먼 올빼미⁴⁾
일본은 드디어 일본이 비난당하고 책임을 추궁당하는 까닭은 태평양전쟁을 일으켜서가 아니라 그 전쟁에서 패전했기 때문이라고⁵⁾ 말하기 시작했다. 제이차세계대전에서 일본이 저지른 유일한 잘못은 패전일 뿐이라고⁶⁾ 주장한다.

한국은 불균형 압축 성장으로 먹고살 만해졌으나, 결국 전도된 가치관으로 지구촌에서 가장 높은 교육열을 자랑하는 나라임과 동시에 가장 부패한 나라⁷⁾가 되고 말았다.

후대는 21C 전반기 한때 힘꼴이나 쓰던 일본과 우쭐거리던 한국의 아옹다옹을 눈먼 올빼미 두 마리의 해프닝으로 평가할 터이다.

전영규 칼럼니스트

1) 확인해보니 한국은행본관(화폐박물관)도 다쓰노 긴고(辰野金吾)가 설계하였고, 1908년 11월 착공하여 1912년 1월에 준공하였다.
2) 서광원, ‘서광원의 자연과 삶’<1> 잘 봐야 잘 잡는다 … 눈의 진화(동아일보, 2019.4.15.)
3) 김형영, 『화살시편』 (문학과지성사, 2019), p.74.
4) 14일 12시 반쯤 신무문 앞에서 경복궁 해설을 마치고 경복궁역으로 내려가다가 책 구경 좀 하려고 보안책방에 들렀다. 『눈먼 올빼미』(사데크 헤다야트, 공경희 옮김, 연금술사, 2019)라는 책이 보였다. 오타루의 올빼미를 떠올리면서 책명만 보고 집어 들었다. 나는 댓 쪽 정도 읽다가 이 책을 덮었다. 잘 읽히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소제목은 이 책명의 인용이다.
5) Jennifer Lind, Sorry States (Ithaca & London, Cornell University Press, 2008), p.49.
6) Gideon Rachman, Easternisation (London, Vintage, 2017), p.90.
7) 독재정권을 몰아내고 군사정권을 굴복시켰을 뿐만 아니라 부패한 정권을 탄핵한 주권의식, 소득 수준, 교육수준 등을 고려하면 한국이 지구촌에서 가장 부패한 국가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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